하지만, 이번에는 강원도 미술관 건립을 위한 콜로키움을 갖기 위해 강원도미술협회 임원 8명과 강원도예총회장, 전임 원주예총회장, 강원일보 문화부기자 총 11명이 탐방 길에 올랐다.
고마쯔 공항에 첫 발을 내 딛는 순간부터, 나의 무지한 선입견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정리가 안 되는 머릿속의 잔상을 하나 둘 풀어가며 노트에 옮기기로 한다.
10분을 걸어도 휴지 하나, 담배꽁초 없는 거리, 거리의 벤치에서 만난 그 곳의 걸인, 모든 인도(人道)는 방락객의 안방처럼 깨끗함이 느껴졌다.
메이지 유신 직후까지 일본 5대 도시의 하나로 손 꼽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옛 거리나 주택, 문화유산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일본의 전통적 도시로 높게 평가 받고 있다.
봉건주의 보호와 장려로 발달한 구타니 도자기, 염색, 칠기, 견직물, 금박제조등 전통공업이 활발하다.
가나자와는 ‘가나자와 = 창조도시’라는 등식이 성립 할 만큼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심지 재생 사례를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곳이다.
2009년 6월에는 유네스코의 창조의 도시 네트워크에 등록됐다고 한다.
‘창조도시’는 창조적 인재들이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혁신적이고 유연한 문화 및 거주환경 시스템을 갖춘 도시로 현재 독일 베를린(디자인)과 프랑스리옹(미디어 아트) 등 16개 도시가 지정돼 있다.
가나자와市가 섬유, 직물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다가, 한계에 도달 성장을 멈추고 퇴보의 길을 가기 전, 현명하게도 자신들의 미래 일부를 문화․예술 분야에서 찾았다.
이들이 도전에 성공했다는 사실과 그 비젼을 가꾸고 다듬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면, 우리에게 큰 교훈과 메시지를 담아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이틀째 되던 날, 점심 식사 후 21세기 가나자와 현대 미술관의 내방객들을 모습을 면밀히 주시하며 2시간 동안 작품들을 관람했다.
이후 미술관의 사꾸마 총무과장으로부터 간략한 미술관 소개와 더불어 이곳의 학예사인 ‘히로미 구로사와‘와 ’도시야기 고바야시‘와의 콜로키움이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인구 30만 시점에서 21세기 가나자와 현대미술관은 2004년 10월에 개방됐으며 113억엔의 공사비로 건축돼 연간 15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든다고 한다.
이는 현 가나자와市 인구 46만의 3배 이상 되는 수치이다.
21C 가나자와 현대미술관.
미래적이면서도 현재 지향적인 이름부터 마음에 든다.
미술관 주변 잔디와 잘 어울리는 건물은 수수하면서도 단정한 규모로 들어서 있다.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4군데가 있다.
이는 관료주의적 사고개념에서 탈피한 내방객 위주의 자유로움 발산을 의미하고 있다고 여겼다.
미술관을 둥그렇게 만들었는데, 건축가는 현상설계 단계에서 도시의 어느 방향에서 접근하더라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원형 매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도시에 대응하는 개방적인 예술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원통(형)에 꽂힌 박스들은 전시공간이다.
건축가는 큐레이터와 협의를 통해 서로 크기가 다른 갤러리를 집어넣기로 했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가능케 하는 두 가지 계획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두 가지를 예를 들기 전에, 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술전문가인 큐레이터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상주 한다는 것이 우리와는 사뭇 다른 점이었다.
선택 1 : 원 둘레를 돌아가면서 갤러리들을 연속해서 붙여 놓은 방식, 긴 복도가 이를 연결함.
선택 2 : 현재와 같이 박스들을 원 안에 늘어놓은 것이다. 갤러리들은 복도들에 의해 둘러싸이게 된다.
두 개의 대안 중 좀 더 유연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두 번째 안을 선택해진행하면서 현재와 같은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터디를 거쳤다고 한다.
“진행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갤러리 박스 사이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흐름과 외부 사람들을 유인하는 건물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양한 크기의 전시실이 원형 건물 안에 펼쳐져 있다.
일본 열도 혹은 도시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디자인 했으며 이는 다방향성을 연출한다.
투명한(유리벽) 통로는 미술관 전체의 개방감을 연출하며, 내부와 외부 등, 서로 다른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느끼게 하는 만남의 효과를 자아낸다.
평면도를 보면 복도가 많은데 길을 헤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한 쪽 끝에서 다른 한 쪽 끝까지 이어지는 시각적 통로(Visual Corridor)에 의해 점차 단순화됨을 알 수 있다.
Visual Corridor에 의해 사람들은 길을 잃지 않으며 건물 내를 순환하게 되고,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건물 내부 깊숙이 시선이 닿을 수 있는 투명성을 확보하게 된다.
건물의 핵심은 자유로움이라 여긴다.
첫째가 도시에서 건물로 접근하는 자유로움이고, 둘째가 전시공간을 자유로이 오가며 예술과의 만남을 마음껏 즐긴다는 것이다.
평면도를 보면 다른 미술관들은 의도된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설계자 중심의 일방적인 반면에 이곳은 갤러리 내 작품의 배열도 다른 박물관에선 볼 수 없었던 자유로움이 녹아 있다.
21C미술관은 공간 속에 관람객을 자유로이 풀어 놓고 움직이게 끔 해 놓았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이곳저곳을 들추어 보며 남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게 하는 망각에 빠뜨리는 미술관 자체의 신적인 중압감이 작품과 더불어 감정이입이 됨을 느낀다.
수렁 속에 허우적거리듯 예술의 미로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비주얼 코리도와 투명성은 미술관 설계에 사용된 아이디어들 역시 자유로운 방황 속에서 속박을 받는 느낌과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기계적 장치라 느낀다.
가나자와시(市) 정책 중에 하나는 지역 초등학교 4학년은 의무적으로 미술관을 관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성장하는 미술관으로 삶 자체로 끌어 드리는 정책이 매우 부러웠다.
또한, 미술관이란 정적인 개체가 아닌 건물 안에는 전람회 공간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강의실, 키즈 스튜디오와 같이 지역민들의 모임을 위한 복합공간도 있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즐기며 찾아 올 수 있는 접근 용이한 그들만의 아이디어가 느껴졌다.
전람회장은 조명 상태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며, 전시실의 높이는 12미터에서 4미터까지 있다.
그들이 말하는 20세기 모더니즘은 다음의 3가지 M으로 구성돼 있다.
Man(사람), Money(돈), Materialism(물질주의) 이들 3가지 M 대신 3가지 C, Consciousness(의식), Collective Inteligence(지식의 집약)와 Co-existence(공생)이라는 새로운 표현 형태로 지금 나타나고 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거대한 촉매 장치이며, 사람들에게 이 3가지 C의 정신적인 부분을 제공하며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실용성 있는 미술관을 설계한 사람은 세지마 카즈오(54세), 니시자와 류에(44세)가 이끄는 SANNA라는 설계집단으로 2010년 5월17일 뉴욕 엘리스 섬에서 10만 달러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심사는 단순함과 절제를 잘 보여주면서 배경과 잘 녹아드는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또 이들이 가진 건축물에 대한 가치는 물질적 실재가 물러가고 인간과 물체, 활동과 풍경이라는 감각적인 배경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운영방침은 시에서 지정관리자가 있으며, 재단법인으로 운영한다.
연간 7억6천만엔의 관리비가 들어가며, 미술관 자체 수입금은 임대료와 관람료 2억8천만엔과 나머지 4억4천만엔은 시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가나자와시의 연간 예산에서 8%를 문화 예술에 투자 한다는 관계자의 말과 문화에 투자하는 정책에 흑자의 논리를 펴서는 안된다는 말에 감복을 받았다.
미술관 건립 당시 반대를 하는 시민들의 논리를 접고 강행한 자치 단체장의 소신이 지금의 가나자와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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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기자 leegij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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