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더리더 편집부
  • 칼럼
  • 입력 2010.10.07 15:04

너 죽고 나 죽자는 싸움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2010 더리더
【서울 더리더】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 너 죽고 나 죽자는 싸움....흔히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이번 신한 사태는 출혈이 너무 크다.

  내분으로 일등 은행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으며 투자자들의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두가 지는 싸움을 왜 했는지…. 

  모름지기 싸움은 하지 않고 이기는 게 최상이라 했다. 눈빛과 심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우다. 적으로 하여금 도저히 승산 없다고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엔 이런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도처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돈도 잘 벌고 지배구조(governance)도 가장 모범적이라는 신한은행에서도 결투가 벌어졌다.

  라응찬(72) 회장은 이번 사태를 쉽게 판단했던 것 같다. 백전노장답지 않다. 근 30년 동안 신상훈 사장을 부하로 쓰면서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흔히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이번 일은 너무 심각하다. 일등 은행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으며,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이 오늘날 수익성 최고의 은행이 되기까지 라응찬이란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91년 은행장이 됐으며 그 뒤 3연임했다.

  행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금까지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을 지내고 있다. 작년 말 그의 회장 4연임 여부가 금융계의 관심사가 됐을 때 그를 잘 알고 존경하는 한 인사가 고언을 했다. 이제는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당시 라 회장은 그런 충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올 3월 그의 4연임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차명계좌 관리)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여름, 그 인사는 다시 직언을 했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파장을 줄일 수 있다고. 라 회장은 또 그러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뒤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사임은커녕 강공이었다. 이백순 은행장으로 하여금 모기업인 신한지주의 신 사장을 부실대출에 의한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게 한 것이다.

  라 회장은 신 사장이 자신을 배반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언론과 정치권에 금융실명제법 위반 내용을 흘렸다고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지역 감정도 개입했다. 라 회장은 현 권력과 친분이 있는 영남 출신이고, 신사장은 야당의 지원을 받는 호남이었던 것이다.

  1인자로 20년간 군림하면서 라 회장의 판단력은 흐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2인자와 싸움을 벌이는 순간 자신이 쌓아온 리더십도 추락한다는 걸 몰랐으니 말이다.

  알았는데도 강행했다면 CEO 자격이 없다. 은행 이미지 실추와 조직의 사분오열, 그리고 주주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9월 14일 이 사태를 놓고 이사회가 열렸다. 5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이사회는 조직의 안정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신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라 회장의 승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이날 이사회는“신 사장의 혐의에 대한 진위를 알 수 없다”고 판정했다.

  물론 수사 결과에 따라 신 사장은 해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라 회장 자신도 곧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 받아야 한다.

  3인자 이백순 행장은 2인자를 제거하면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를 줄 알았지만 그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재일동포 주주 4명으로부터 해임청구 소송을 당했기 때문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번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정부가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비극의 끝이 어디인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끝)

  심상복 포브스 코리아 대표는 1958년 강릉생으로 강릉고등학교와 서울대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사에 입사(1984년)해 주로 경제부 기자로 활동했다. 

  2002~2005년 뉴욕특파원, 2006년 국제에디터, 2007년 경제에디터를 거쳐 2009년~포브스 코리아 대표(현)를 역임하고 있다.  

  << 본 내용은 더리더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더리더 편집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