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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더리더
  • 기고
  • 입력 2010.01.14 23:37

[기고] 청첩장 유감

▲ 김강산 태백향토사연구소장
  혼인은 인륜지대사라고 하였다. 혼인으로 인해 두 집안이 합처져 한 가정이 만들어지고 그 가정의 역사가 시작되며 장차 인류의 역사로 발전하는 것이 혼인의 위대함이다.

  그러나 이 의미 있는 혼인이 일부 서구의 저급한 문화에 편승하여 혼인 본래의 성스러움이 사라지고 하나의 이밴트성 행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젊은이들 사이에 있다는 것에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어른들조차 뚜렷한 주관과 깊은 생각 없이 젊은이들이 하자는 대로 하다 보니 혼인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전통 혼례와 서양식 결혼식을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두 의례에는 엄청난 차이점이 있 고 그 차이점은 흑과 백의 차이만큼이나 크기에 지면관계상 언급을 생략하며 기회가 있으면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전통 혼례든 서양식 결혼식이든 청첩장을 돌리는데, 그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개 우리가 청첩장을 받고 예식장에 가는 것은 혼인하는 신랑 신부를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신랑 신부의 부모를 보고 가는 경우가 거의 다 라고 말할 수 가 있다. 젊은 그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대단하여 지명도가 있어서 그 젊은이들을 보고 가겠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뒤에는 키워 주고 공부 시켜준 부모 형제들이 있고 그 부모 형제들과의 인연이나 안면을 보고 예식장에 가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의 전통에는 혼례에 청첩인이 따로 있어서 그 청첩인이 지인들에게 아무개 집안의 누구누구 아들딸이 혼례를 하니 오셔서 축하를 해달라고 청첩장을 보내는 것이다. 혼주인 본인이 내놓고 자랑하기도 뭣하고 체면상 직접 청하는 것은 상대에게 부담도 줄 뿐 만 아니라 겸양의 미덕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하기에 제3자인 청첩인이 청첩장으로 초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청첩인은 볼 수 없고 직접 당사자들이 청첩장을 보내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심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예식장에 가는 것은 신랑신부를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를 보고 가는데, 청첩장 내용을 보면 부모가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신랑신부가 초청하는 것이다. 옛날처럼 청첩인이 초청하지 않을 바엔 혼주가 즉 부모가 초청을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신랑신부가 초청한다는 것이 격에 맞겠는가?.

 요즘에 일반적인 청첩장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서로가 마주보며 다져온 사랑을 이제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는 큰 사랑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저희 두 사람이 사랑의 이름으로 지켜나갈 수 있게 앞날을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함께 하는 사랑의 그 의미는 이 세상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저희의 사랑을 함께 축복하여 주시면 큰 힘으로 삼겠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사랑과 믿음으로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부디 오셔서 저희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면 더없는 기쁨이 되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그렇지 감히 어른들에게 사랑의 정의를 강의하는 것도 아니고, 부끄러움을 모른 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이 계신데 그들은 뒷전이고 결혼 당사자들인 신랑신부가 직접 지인들에게 와서 앞날을 축복해 달라고 하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세상이 아닌가.

  여기에는 부모의 방임이 크다. 부모들이 혼례 의례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아예 무관심하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부모들이 사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청첩의 이치와 결혼의 의미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기에 벌어지는 해프닝인 것이다. 혼주가 무엇이며 혼주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들이다.

  그럼 여기에서 또 다른 청첩장 하나를 소개 한다.

  “자식을 혼인시켜야 할 부모가 되었습니다. 저희 아들과 딸이 사랑과 믿음으로 한 가정을 이루고자 혼인의 예를 올립니다. 경사의 청첩이 부담되기는 하겠지만 부디 오셔서 이들의 뜻 깊은 새 출발을 축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상당히 점잖은 내용의 청첩장이고 자식의 혼인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과 지인들을 배려하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 지는듯한 내용이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내용의 청첩장을 택할 것인가... 혼인의 계절이다. 일주일이면 몇 건의 예식장 갈 일이 생긴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지만 좀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을 하면 경사스러운 날이 더욱 아름답게 될 것이다.

(글=김강산 태백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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