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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더리더 편집부
  • 칼럼
  • 입력 2010.11.05 21:39

명품녀를 위한 변명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2010 더리더
 【서울 더리더】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 이 땅은 누구든 자기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취미나 기호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명품 좋아하는 여자를 왜 비난하는가. 그녀가 명품 사는 데 한 푼 보태준 적 없는 사람들이 말이다.

  명품녀. 명품을 유달리 좋아하는 여자라는 뜻이다. 그러면 생각 없는 여자, 분수를 모르는 여자라는 비난으로 쉽게 이어진다. 나이 든 남자일수록 그런다.

  그런데 왜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가. 명품을 좋아하는 그녀가 당신 삶에 어떤 피해를 줬던가…. 모르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게다.

  #장면1 20대 후반인 그녀의 이름은 중요치 않다. J라고 해 두자. 월급은 200만원이 채 안 되지만 명품을 무척 좋아한다.

  유명 브랜드 사이트를 자주 기웃거린다. 그리고 찍어둔 아이템을 어느 쇼핑몰에서 싸게 파는지 틈틈이 서핑한다.

  그러던 어느 날 J가 문제의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가격은 거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166만원. 동료 여직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니, 이거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나긴. 하나 질렀지.”
  “와 이게 얼마짜린데.”
  “몇 달간 용돈을 아꼈어.”

  J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사고 싶은 아이템을 샀고, 주위의 부러움도 샀으니까. 출근하는 발걸음은 전보다 가벼워졌고,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다.

  ‘보너스도 받고 승진도 하면 월급이 더 늘어날 거고, 그러면 다음은 구두를 하나 장만해야지.’ J는 마침내 명품녀 대열에 들었고, 부장이 원하는 대로 열심히 일할 자극제도 생겼다.

  그런데 그 사무실 남자들은 다들 J를 삐딱하게 봤다.

  “도대체 우리 월급으로 어떻게 저런 걸 살 수 있지?”
  “역시 여자들은 못 말려.”

  그녀가 가방 사는 데 한 푼 보태준 적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수군거리고 있었다.

  #장면 2 J보다 두 살 많은 남자 직원 H. 그는 늘 여행을 꿈꾼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는 절대 안 간다. 남들이 안 가는 곳, 평소 가기 힘든 곳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한창 뛰어야 할 나이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오지 여행은 쉽지 않다. 그래도 주말을 앞뒤로 붙여 거창하게 10일 휴가계를 낸다. 부장 얼굴은 금세 벌레 씹은 표정으로 변한다.

  “아예 푹 쉬게 해줄까?”
  “아니, 그게 아니라 법정휴가인데요….”
  “알아, 누가 불법이래? 하지만 성문법보다 우선하는 게 불문법이라고.”
  “죄송합니다.”
  “뭐, 죄송할 것까진 없고. 부러워서 해본 소리야. 근데 어딜 가지?”
  “네팔인데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5시간쯤 떨어진 오지입니다. 거기서 홈스테이하면서 그들이 무얼 생각하고 어떻게 사는지 보고 올 예정입니다.”

  순간 부장과 동료 직원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멋있다는 것이다. 부럽다는 것이다.

  J와 H, 공통점은 뭘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월급을 아껴 모아 어느 날 지른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아낀 돈의 용처다. 하나는 명품 쇼핑, 다른 사람은 오지 여행. 그리고 주위의 평가가 갈린다. 분수를 모르는 여자와 일상을 탈출할 줄 아는 용기맨이라는 것이다.

  이 땅은 누구든 자기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취미나 기호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둘은 똑같이 돈을 모아 하고 싶은 일을 했다. 그런데 평가는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다.

  명품녀는 억울하다.

  “내가 분수 없는 여자라고? 분수가 있는지 없는지 당신이 도대체 뭘 안다고 그래! (끝) 

  심상복 포브스 코리아 대표는 1958년 강릉생으로 강릉고등학교와 서울대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사에 입사(1984년)해 주로 경제부 기자로 활동했다. 

  2002~2005년 뉴욕특파원, 2006년 국제에디터, 2007년 경제에디터를 거쳐 2009년~포브스 코리아 대표(현)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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