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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형진 기자
  • 사회
  • 입력 2017.06.25 17:17
  • 수정 2017.06.25 17:19

벼랑 끝 태백상인들... “먹고살기 너무 힘드네요”

자료사진. 이형진 기자

  (태백 더리더) “장사 시작한 이래 최저 매출을 기록 했어요”

  극심한 가뭄 속 단비가 내린 지난 24일 오후.

  반가운 비 소식에도 불구하고 강원 태백지역 상인들의 마음은 말라 갈라진 논바닥처럼 타들어 가고 있었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 9000명.

  자영업자의 약 70%가 사업을 접었다.

  통계를 뒷받침하듯 이날 ‘더리더’가 만난 지역 자영업자 A, B, C, D는 이구동성으로 생계를 걱정하고 있었다.

  ◇ 중앙로, 사람은 없고 네온사인만 번쩍

  태백시 중심 시가지인 ‘중앙로’.

  주말 저녁 7시, 시내에 사람들로 북적일 시간이지만 지속적인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태백시의 경우 남의 얘기가 된지 오래이다.

  이들에게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검은 황금’ 석탄이 가져다 준 과거의 영광은 부모님 세대들의 옛 추억이다.

  중앙로 일대에서 자영업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온 상인 A, B, C, D는 “평일 저녁에도 시내가 한적한지 오래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중앙로 일대에는 ‘임대’라는 문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A씨는 “9년 전 가게를 오픈하고 3년차까지는 자영업하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인구 5만 붕괴와 함께 4년 차부터 지금까지 줄곧 최저 매출을 경신하기 바쁘다”며 “6개월 전부터 가게를 내놓고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어렵게 말했다.

  그는 “일부 몇몇 한우, 닭갈비 식당을 제외하고는 식품, 빵집, 의류 등 태백에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자영업을 시작한 B씨 역시 “가맹 브랜드 효과, 일명 ‘개업빨’은 지역에서 1~2달이면 끝난다”며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지만 지역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돼 있다 보니 한 숨만 쉬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또한, “현상유지를 위해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없다. 이러려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럴 때 마다 매달 일정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 행정은 말로만 ‘위기’... 지역상인 체감은 ‘심각’

  의류업에 종사하는 C씨는 매일 하루의 시작이 걱정이다.

  그는 “기분 좋게 개시하는 날이 손에 꼽힌다”며 “요즘 사북.고한 사장님들을 제외하면 지역에서 옷 판매하기 정말 힘들다. 365일 ‘세일’이란 안내 문구를 붙여놔도 소용없다”고 얘기했다.

  특히, A씨는 “그동안 태백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시정 소식지를 통해 접한 지방채무 상환은 자치단체장에게는 성과지만 이것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체감효과는 크게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선 5기와 6기 지방채무 상환에 1천 400억원정도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백시가 채무 상환 속도를 줄이더라도 이 중 절반 정도 지역경제 재건을 위해 풀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D씨 역시 “행정에서는 ‘위기’라고 말만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경제인구가 계속 줄어들다보니 지역에서 인맥 없이는 장사하기 힘들다. 이렇다보니 공공기관 회식, 모임만 기다린다”고 현 상황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제는 태백을 떠나야 할까요”라고 반문하며 “지역에 노인치매센터, 영풍 유치 등 소식이 들리지만 지역 리더들 간 자칫 치적 싸움으로 모든 것을 놓칠까봐 걱정된다. 모든 것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이형진 기자 lhj@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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