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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더리더 편집부
  • 칼럼
  • 입력 2011.03.04 20:38

기름값 50% 세금은 정부 폭리다

심상복 중앙일보 논설위원

▲ 심상복 중앙일보 논설위원. ⓒ2011 더리더
【서울 더리더】심상복 중앙일보 논설위원=3%와 50%. 전자는 정유업계 마진(영업이익률)이고, 후자는 휘발유 값에 붙는 세금이다. 물가와의 전쟁을 하면서 경제장관들이 계속 정유업계의 딴지를 걸고 있다. 50%는 뒷전에 밀어놓고 3%만 더 낮추라는 것이다. 싸움을 제대로 하려면 센 놈과 붙어야 한다. 하지만 장관들은 조무래기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시늉만 내려는 의도다. 3% 영업이익률은 100원어치를 팔아 3원 남긴다는 얘기다. 신통찮은 장사다. 이게 10%쯤 돼야 장사 좀 한다는 소릴 듣는다. 포스코는 18.8%, 삼성전자는 12.7%, 네이버(회사명은 NHN)는 무려 40%선이다.

  정부가 정유업계의 팔을 비트는 건 노무현 정권이 강남 부자들을 옥죄던 것과 비슷하다. 경위야 어찌됐든 떼돈을 버는 당신들이 양보하라는 억지이기 때문이다. 그 돈도 내수보다는 수출로 버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가 대단한 수출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대한민국 수출 품목 중 석유제품은 반도체·선박·일반기계·유화·자동차에 이어 6위였다. 원유를 경유·휘발유·항공유로 잘 가공해 중국·동남아에 수출한 결과다. 그래서 원유 수입금액의 47%를 다시 달러로 벌어들였다. 2008년 석유제품 수출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를 석유 수출국으로 만든 주인공이 정유 4사다. 장관님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계속 ‘공격 앞으로’를 외치는가.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다. 경제야 꼬이든 말든 청와대에 잘 보여 장관 자리를 오래 유지하고 싶어서다.

  무리하게 업계를 몰아붙이다 큰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오강현 석유협회장은 얼마 전 “세전(稅前) 휘발유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비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품질이 비슷한 휘발유를 비교하면 국내 가격이 오히려 L당 28.4원 싸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앞선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윤 장관은 “국내 세전 휘발유 값은 1047원으로 OECD 평균보다 125원(13.5%)이나 높다.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가 비싸다고 한 기름은 내수시장에서 매출이 1%에 불과한 고급 휘발유였다. 물불 안 가리고 돌격하다 웅덩이에 빠진 꼴이다. 오 회장은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3%에 불과하고, 그 이익 중 70%는 수출로 벌어들인다”고 강조했다. “3%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더 낮추라고 압박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도 고쳐준 것이다. 3%든 30%든 정부가 민간업계 마진에 간섭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

  진정 기름값을 낮추려면 50%에 달하는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 이 세금은 몽땅 간접세다. 간접세는 소득에 상관없이 누구나 쓰는 데 따라 낸다. 부자든 서민이든 휘발유 10만원어치를 사면 똑같이 5만원씩 정부에 바친다. 간접세가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불리한지 잘 보여준다. 이런 문제점을 덜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깎아야 한다. 간접세는 조세저항도 적다. 소득세와 같이 납세자를 쫓아다니며 감시할 필요가 없다. 탈루도 없다. 차에 10만원어치 기름을 넣는 순간 국고에는 5만원 자동 입금된다. 정부가 간접세에 집착하는 이유다.

  이렇게 거둔 유류 관련 세금이 2009년 21조7636억원에 달했다. 전체 국세의 13%를 넘었다. 서민에게 불리하고 거두기 쉽다고 막 거두는 이런 세금을 줄여야 한다. 이러면 공무원들은 판에 박힌 듯 부족분은 어떡하느냐고 항변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펑펑 새는 세금의 일부만 잡아도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내 돈 아니라고 마구 낭비되는 세금, 장관님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디서 어떻게 새는지도 잘 알 것이다. 민간업계만 볶을 게 아니라 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심상복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958년 강릉생으로 강릉고등학교와 서울대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사에 입사(1984년)해 주로 경제부 기자로 활동했다.

  2002~2005년 뉴욕특파원, 2006년 국제에디터, 2007년 경제에디터를 거쳐 2009~2010년 포브스 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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