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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형진 기자
  • 사회
  • 입력 2019.04.22 17:52

공추위 “사북민주항쟁, 소중한 유산으로 바로 세우겠다”

김태호 공추위원장(자료사진). 이형진 기자

  (정선 더리더) “사북민주항쟁, 소중한 유산으로 바로 세우겠다”

  고한.사북.신동.남면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위원장 김태호, 이하 공추위)가 22일 사북민주항쟁 제39주년 기념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다음은 공추위 사북민주항쟁 기념사업 추진 전문.

  1980년 오늘 사북에서 일어난 일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의 이야기이기에 결코 지울 수 없으며, 우리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뿌리와도 같습니다.

  당시 신군부가 모든 저항을 잠재우며 권력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터져나온 이 엄청난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당시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던 국가권력이 한 장의 사진을 내세워 광부들을 폭도로 몰고, 사건 발생의 원인을 ‘노노 갈등’으로 몰아간 것은, 한 달 후 광주시민들을 폭도와 빨갱이로 몰아 난도질한 것과 똑같은 이유입니다.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인정한 대로, 유혈 사태 발생의 근본 원인은 당시의 억압적 통치체제에 있었고, 사건을 촉발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바로 공권력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권력은 광산촌 주민들을 세 번 배신했습니다. 산업전사라는 허울아래 광산촌 가장들을 위험한 노동환경과 재해로 몰아 넣은 것이 한 번, 노동자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주와 어용노조의 편에서 광부들을 감시하고 깔아뭉갠 것이 또 한 번, 사태를 키운 당사자로서 원만한 수습에 합의하고도 그 주민들을 속이고 무차별 연행과 구금, 야만적인 고문을 저지른 것이 또 한 번입니다.

  그러고도 모든 책임을 광부들에게 떠넘기고 옥살이까지 하게 만들고도, 여태껏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추위도 3.3재단과 함께 매년 기념식을 진행해 왔지만, 공권력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고문과 투옥, 실직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어오신 사북민주항쟁 동지회 회원분들을 합당하게 예우하지도 못했고, 사북항쟁을 자랑스런 지역사로 남기는 노력도 부족했음을 인정합니다.

  80년 이후 지역에서 일어난 모든 투쟁과 승리는 바로 39년 전 이곳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우리 앞 세대들에게 빚을 진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회피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민주화 이후, 80년 사북 사건은 권위주의 시대 민중의 저항운동으로서 민주주의 발전과 노동 인권 향상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사건임을 역사학계가 인정하고 있고, 사건 핵심당사자들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지정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 합치 판결이 내려졌는데도, 지역 사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서 말하기를 주저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사북민주항쟁이 내년이면 40주년을 맞이하는데, 지난해 도지사님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변변한 기념사업회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더 이상 어리석은 처신으로 지역의 뿌리이자 중요한 자산인 사북항쟁의 역사적 평가와 진상 규명, 계승 발전의 과제를 미룰 수 없습니다.

  제14대 공추위는, 4월 사북항쟁의 기념사업을 더 이상 미루는 것은 지역의 미래 발전을 위해 죄를 짓는 일이라고 여기고, 3,3기념사업회와 함께 올해 안에 다음과 같은 핵심 사업을 추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첫째, 강원도와 협력하여 사북민주항쟁 기념사업회 설립에 착수하겠습니다. 불필요한 논란 속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기념사업회는 사북민주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명확히 이해하고 계승하려는 사람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실행 조직으로 꾸리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내년 40주년 기념식을 강원도 행사로 치르기 위한 준비를 기념사업회 구성 실무진을 중심으로 알차게 진행하고 지역 안팎에서 이와 관련된 자료 조사 사업을 병행하겠습니다.

  셋째, 당시 국가가 광산촌 주민들과 특히 부녀자 여성들에 대해 저지른 잔혹한 고문을 실상을 포함하여 사북항쟁의 진상규명과 재평가 사업 및 사료 발굴 사업을 역사문제연구소 등 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제14대 공추위의 임기 동안에 뜻깊은 사북항쟁 40주년 행사을 진행할 수 있게 됨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지역의 뿌리이자 힘이자 자랑스러운 전통인 사북민주항쟁을 강원도의 역사 자산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역의 위상과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소중한 유산으로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습니다.

  이형진 기자 lhj@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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