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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형진 기자
  • 정치
  • 입력 2019.11.27 15:59
  • 수정 2019.11.27 16:03

태백시의회 ‘마라톤’ 행감... 평가는 ‘설왕설래’

강원 태백시의회(자료사진). 이형진 기자

  (태백 더리더) 지난 27일 밤 11시 30분, 자정을 앞둔 강원 태백시의회.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 4일차인 이날 스포츠레저과를 끝으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행감일정이 마무리됐다.

  식사시간과 정회시간을 제외하면 무려 약 9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일정이다.

  26일 역시 행감은 밤 11시경 끝났다.

  특히, 태백시의회는 이번 제2차 정례회부터 유튜브를 이용해 행감을 실시간으로 중계를 하고 있어 지역주민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이어진 행감을 실시간으로 바라본 공직사회와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꼭 달갑지만은 않다.

  ◇ “질문 수준 낮아” VS “이해하기 쉬운 측면도 있어”

  이번 태백시의회 마라톤 행감에 대한 평가는 세대별 엇갈리고 있다.

  30대 지역주민 A씨는 이번 태백시의회의 생중계 시스템 구축을 칭찬했지만, 행감에 대한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실시간으로 의정활동을 볼 수 있어서 좋지만, 그동안 몰랐던 시의원들의 역량을 여과 없이 보는 것 같아 낯이 뜨거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40대 지역주민 B씨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다선 의원들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같은 사업들을 바라봤을 것이다”며 “다선과 초선을 떠나서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시민의 대표로 박수를 받을 것이지만, 요즘 초등학생도 그렇게 질문 안할 것이다. 보다가 지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부도 많은 시간 한다고 명문대를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번 행감을 비유하며 “올해 의정활동비도 대폭 인상된 만큼 효율적인 감사활동이 무엇인지 의원들 스스로가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조금은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역주민 C씨는 “행감이 너무 길어서 모두 챙겨보기에 힘든 것은 맞지만, 그래도 지역주민 대표로써 늦게까지 활동하는 것을 보고 열심히 한다는 생각은 든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비록 기초적인 질문이라도, 시민들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시의원들이 1년에 한 번 자신들의 의무 이행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업무보고? 행감? 간담회? 예산심의?... “구별 했으면”

  올해도 마라톤 행감을 받고 있는 태백시 공직사회는 일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시의원들이 1년 동안 정례회, 임시회를 비롯해 간담회 등 집행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지만, 매번 처음 보고 받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업무보고를 받을 때도 행감을 받는 것처럼 혼동이 될 때가 많다. 의회에 들어갈 때마다 1년 내내 심의.검토를 하는게 아니라 지적만 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행감 일정이 끝나면, 앞으로 내년도 예산심의가 있지만, 아마도 행감처럼 반복될 것이 보인다”고 우려하며 “지적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는 품격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이다. 의원들이 자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받은 자료를 보고 열심히 검토했다는 인상을 줬으면 한다. 끝으로 감정이 섞인 질문 또한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태백시의원 자질 논란까지 번진 이번 논란에 대해 지병호 연리지TV 편집장은 ‘세대교체’를 한 원인으로 꼽았다.

  민선 7기, 태백시의원 평균 연령은 한국 나이로 58.7세.

  40대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때문에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이후, 젊어진 공직사회를 따라가기에는 시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매우 높은 편이다.

  지병호 편집장은 “타 시.군.구의회는 세대교체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며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의정활동 수준이 과거와 다르다”며 “이제는 지역정가에서도 공천에서부터 젊고 참신한 인재들에게 기회를 열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문제가 안된다면, 시의원 스스로가 공부하고 바뀌어야 한다”며 “기초의회 의원들은 잘못된 행정을 찾아내고 개선을 요구하는 기본적인 의무를 갖고 있다. 행감에서 공직자들에게 지적만 하라고 시민들이 권한을 위임해 준 것이 아닌 만큼 시대 변화에 걸맞는 의원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정까지 이어진 마라톤 행감으로 지역사회에 이목을 집중시킨 태백시의회.

  태백시의회가 질문수준의 논란을 딛고 품격있는 의회로 거듭날지 공직사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형진 기자 lhj@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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