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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전경해 기자
  • 사회
  • 입력 2020.07.14 13:29

“커피나무 우거진 춘천으로 초대합니다”

강원희 교수가 재배 중인 커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전경해 기자

  (춘천 더리더) 흰 꽃이 진 자리로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아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던 커피나무다. 춘천시 서면 월송리 산자락에 느닷없이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난처럼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에 놀라고 열매의 단맛에 한 번 더 놀랐다.

  붉게 익은 열매 속에는 쌍둥이처럼 씨앗 두 개가 들어있었다. 건조하고 볶는 과정을 거쳐 커피로 탄생하는 씨앗이다.

  자식처럼 나무를 키우는 이는 강원대 원예학과 강원희(60) 교수다.

  강 교수는 2014년 교육용으로 커피나무를 재배하면서 관심을 가졌다.

  강 교수는 “커피나무는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온대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화천에 있는 토마토와 파프리카 재배 온실에 키웠다.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에는 자라지 못한다. 방치 했던 커피나무가 겨울을 견딘 것을 보고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강원희 교수가 재배 중인 커피나무 꽃. 전경해 기자

  강 교수는 본격적인 커피 연구를 위해 60년 전 논문을 다 찾아봤다. 촛불 아래서도 자랄 만큼 일조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재배 최적 온도는 18도~22도다. 한여름엔 차광망으로 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은 유리온실로 온도를 유지하면 된다. 현재 비가온 재배를 실험 중이다.” 강원대에 커피학과를 신설하게 된 것도 커피연구를 향한 강 교수 집념의 열매다.

  커피 꽃이 만발하면 월송리 일대로 향기가 그득 찼다.

  “커피나무 관리는 깍지벌레만 예방하면 큰 문제가 없다. 원산지에서는 1년에 한 번 수확하지만 온실에서 재배하면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다. 관상용으로 묘목을 판매하고 재배 하우스는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해 춘천지역 작은 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1박 2일 커피 농부되어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커피 열매. 전경해 기자

  강 교수는 “커피나무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 그윽한 커피 한 잔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실험 재배 중인 커피는 ‘코끼리 똥 커피로 알려진 블랙 아이보리. 머지않은 장래에 춘천에서 생산한 커피를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강 교수는 “커피나무 우거진 카페에서 눈 내리는 창밖을 조망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커피꽃 향기를 맡으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고집스럽게 한 길을 걸어 온 강원희 교수의 열정을 응원한다.

  전경해 기자 jkh@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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