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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마라토너’... 몬주익 영웅 황영조 감독을 만나다“어머니는 해녀의 강인함과 인내로 자식에게 인생을 바치셨다”
전경해 기자 | 승인2020.09.25 14:02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육상감독. 전경해 기자

  (평창 더리더) 해발 700m,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은 여름도 가을이다. 대관령의 늠름한 산세를 따라 계절도 앞서 간다.

  지난 8월 22일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서 ‘2020 HAPPY700 대관령전국하프마라톤’ 대회와 전국고교 10km 대회가 함께 열렸다. 코로나로 불투명했던 대회가 열리기기까지 한국실업육상연맹과 운영진들의 고민이 컸다.

  대회가 끝난 8월 말 마라톤 실업팀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인 대관령면에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육상감독을 만났다.

  황 감독은 ”코로나로 대부분 마라톤 대회가 취소됐다. 당장 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에게 대회는 대학진학의 문제가 달려있었다”며 “7월부터 8월 말까지는 대부분 전지훈련을 하며 대회를 준비한다. 훈련이 끝나는 8월 셋째 주에 대회가 열리는 것은 고교 개학과 맞추기 위해 잡힌 일정이다. 위험부담 있었지만 철저하게 준비해 한 사람의 감염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라톤 대회를 전후해 매스컴의 우려가 이어졌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만큼 보람도 컸던 대회였다.

  대관령마라톤대회는 1999년 시작해 22회째를 맞았다. 전국실업육상 선수 157명과 고교 선수 97명, 대학부 26명 등 300여명이 기량을 겨뤘다.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로는 규모가 큰 대회다.

  황영조 감독(대관령마라톤대회 경기본부장)은 “질주에 목말랐던 선수들에게 달릴 기회를 제공하고 코로나 속 스포츠 방역모델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참가자 모두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일정 구간을 4~5번 반복하는 루프코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광객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외곽이 아닌 시내 도로로 코스를 정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육상감독. 전경해 기자

  황 감독은 “루프코스는 실험적으로 도입한 경기방식이다. 마라톤은 재미없는 경기로 인식되어 있다. 이 대회가 마라톤에 대한 인식을 바꾸길 바랬다. 먼발치서 선수들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던 기존의 마라톤과 달리 루프코스는 일정 구간에서 수차례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 역동성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 반응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황 감독의 어머니는 제주 해녀. 물질할 장소를 물색하던 중 초곡리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황 감독의 조부모집에 방을 얻어 살면서 아버지와 인연을 맺었다. 어머니가 물질을 시작하면 누이들과 함께 호흡을 헤아렸다. 엄마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물 위로 어머니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숨을 참아내며 수면을 기웃거렸었다.

  소년 황영조는 어머니의 튼튼한 허파를 이어받았다. 타고난 체력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끈기와 근성으로 육상인의 길을 걸었다.

  황 감독에게 어머니는 위대한 스승이다. “강인함과 인내로 자식들을 위해 삶 전체를 바치셨다. 살면서 어머니의 화장한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내 삶의 멘토고 근본이다” 팔순의 노모는 초곡리 해변 아들을 기리는 ‘황영조 기념관’ 앞을 떠나지 않고 사신다.

  소년 황영조는 학교까지 왕복 6km의 해변을 걸어 다녔다. 중학교에 진학해 사이클 선수로 운동을 시작했다. 고교 때 마라톤을 시작해 1988년 경부역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졸업 후 코오롱 마라톤 팀에 입단해 1991년3월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3위. 첫 풀코스마라톤 대회였다. 6월 영국 세필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마라토너로 성장했다.

  이듬해 2월 일본 벳푸마라톤 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8월에 열린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해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인으로서는 손기정(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황 감독은 96년 은퇴했다. 삶의 반환점을 돌아 국민체육진흥공단 육상감독, 한국실업연맹 전무이사로 지도자의 삶을 시작했다.

  황 감독은 총성과 함께 스타트라인을 넘어서는 선수들을 보며 오래전의 자신과 만난다. 출전번호 ‘1147’은 잊을 수 없는 숫자다. 터질듯 한 심장을 안고 오르던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에게서 초곡해변을 달음박질치던 소년 황영조를 떠올린다. 질주의 현장에서 가장 행복하다. 그는 영원한 마라토너다.

  전경해 기자 jkh@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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