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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전경해 기자
  • 사회
  • 입력 2022.01.24 13:14
  • 수정 2022.01.24 17:45

‘2021 최고영웅소방관’ 선정.. 김용원 소방위 “당연한 임무, 위험한 순간 물러서지 않는다”

춘천소방서 김용원 소방위. 전경해 기자

  (춘천 더리더) 지난해 10월 31일,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팔미교차로에서 화물트럭 전복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트럭 운전자는 물론 또 다른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당시 춘천소방서 119 구조대 김용원(53) 소방위는 당직근무를 마치고 가을걷이를 돕기 위해 어머니 집을 방문했다.

  한창 밭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사색이 된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피해!” 뒤를 돌아본 순간, 5톤 화물차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뒷걸음치며 땅에 머리를 묻었다. 굉음과 함께 차량은 전복되고 일대는 먼지로 뒤덮였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있었다면 30m를 날아온 트럭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정신이 들기까지 1분여의 시간이 흘렀을까? 팔에 통증이 있었으나 사고현장을 살피는 게 우선이었다”

  전복된 차량에서 기름이 흘러나오고 시동은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운전자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행히 운전자는 살아있었다. 차량이 폭발할 수 있어 운전자를 꺼내 응급처치를 하며 구급차를 기다렸다” 10여 분 후 구급차가 운전자를 싣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불과 20여 분 만에 진행된 사건이었다.

  현장을 수습하고 집으로 들어온 김 소방위는 흙투성이가 된 옷을 벗으려다가 팔에 통증을 느꼈다. 팔이 들리지 않아 거울을 보니 차량 파편에 오른팔 윗부분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응급처치를 하고 한림대 응급실로 갔다. 신경 손상이 의심된다는 소리에 전문의가 있는 원주가톨릭병원으로 갔다. 검사 결과 다행히 신경이 손상되지 않았다. 20바늘 봉합할 정도의 부상이었으나 구조 당시 운전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긴박한 상황이라 통증을 느끼지 못했던 것.

  김 소방위는 치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업무에 복귀했다.

  김용원 소방위는 지난 19일 ‘2021 최고영웅소방관’으로 선정돼 소방청장 표창과 기관 표창을 받았다. 영웅소방관은 에쓰오일의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의 하나다.

  소방청.에쓰오일.한국사회복지협회 공동주최로 2006년부터 전국 29명의 후보자 중 최고영웅소방관 1명, 영웅소방관 7명을 선정해 시상해왔다.

김용원(오른쪽) 소방위가 지난 19일 ‘2021 최고영웅소방관’으로 선정돼 소방청장 표창과 기관 표창을 받고 있다. 전경해 기자

  김 소방위는 25년간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한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춘천 출신이다.

  김 소방위는 어려서부터 소방관을 꿈꿔왔다. “중학생 때 시골집에서 일하던 중 손가락을 다쳐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돕는 구급대원이 너무 멋있었다. 그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동경하던 꿈이 실현된 것은 화재진압 현장을 목격하고 난 후, “군 제대 후 우연히 화재현장을 목격했다. 필사적으로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관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그때 결심했다. 소방관이 되어 누군가를 돕고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김 소방위는 인명구조에 필요한 인명구조사, 화재대응능력, 스쿠버, 대형운전면허, 굴삭기, 자동차정비, 무선통신사 등의 자격증을 갖췄다.

  “25년 동안 철원수해현장, 소양댐 산사태, 인제 수해현장, 운교동가스폭발, 퇴계농공단지 화재, 2020년 춘천 의암호 실종자 수색, 각종 교통사고 현장 등 셀 수 없이 많은 사건 사고현장에 출동했다.

  인제 수해현장에 투입되어 몇 날 며칠을 구조와 수색에 임했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 춘천소방서 구조대원은 대장을 포함 19명, 6명 1팀으로 18명의 구조대원이 3교대로 춘천시 관내 구조업무를 맡고 있다.

  구급대는 지역 곳곳의 센터마다 있으나 구조대는 춘천에 한 곳. 30만 시민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다. 화재진압 현장에도 구조대의 도움이 필요해 대기하며 출동을 기다린다. 소방관은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현장 출동 때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낀다.

  부담감을 느끼지만 내 일이고 당연한 임무이기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구조대원의 자부심은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오는)의 실천이다”

  김 소방위는 구조.화재진압뿐 아니라 구급대도 전문성을 갖춰 업무능력도 향상되었다고 했다. “구급대원의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 예전에는 환자이송이 주를 이뤘으나 현재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바로 이송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먼저 한다. 1급 응급구조사는 준 의사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젊은 구급대원들은 전문성을 갖춘 실력자들이 많다”

  재해.재난은 예고가 없다. 119는 24시간 열려있다. 김 소방위는 “119는 모든 국민들의 권리다. 더 큰 위험에 빠지거나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119를 호출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언제 어디든 바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119 소방대원은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다. 그들이 있어 세상은 좀 더 안전하고 살만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전경해 기자 jkh@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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