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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더리더 편집부
  • 오피니언
  • 입력 2011.11.29 23:02

김성식 교수...'그대, 황혼이면 돌아오듯이...'

▲ 김성식 조선이공대학교수. 더리더 편집부
  (광주 더리더) 김성식 조선이공대학 교수(문학박사, 시인) = 집 떠나 먼 곳을 여행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느껴본 경험이겠지만 해가 지는 황혼녘이 가장 쓸쓸하다.

  분주했던 하루를 마감하고 몸과 마음이 고단한 저녁시간에 돌아갈 곳이 있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일상에서 무심히 찾아들던 집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대대포구에서 배를 타고 드넓은 갯벌 한가득히 출렁이는 은빛 물결을 따라 갈대밭 깊숙이 들어가 본다.

  멀리 수평선까지 빽빽하게 이어진 15만평의 갈대밭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자신을 돌아 볼 여유와 함께 영혼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결국 우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 받을 것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생각해 본다.

  그렇다.

▲ 김성식 조선이공대학교수. 더리더 편집부

  사랑이 아무리 흔해지고 값싸졌다 하더라도 아직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도 많이 있고, 가진 것 없어도 자기의 모든 것 내어주며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이 있는 것을 볼 때 세상은 살만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혼자서 길을 걷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교직에 들어섰을 때 학생들에게 너무 욕심을 가졌던 일을 반성하며 30년이 흐른 이제서야 좋은 선생이란 학생들이 뭔가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간 시간을 더 뜨겁게 불태우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조금은 느긋한 걸음으로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걷다보면 그 동안 앞만 바라보며 너무 빨리 달려온 자신을 만나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며 보살펴야 할 사람이 많았는데 외면하며 걸어온 것에 대한 회한도 갖게 되고, 뒤를 돌아보면 반성해야 할 일도 많은데 그 때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정당성을 부여하며 자기 성찰에 인색했던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겔트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삶에 지쳐버린 이유가 그 동안 자기자신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던 일과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자신의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영혼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의 영혼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야 한다.

  이것은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신비와 다시 가까워지는 멋진 일이다.

  바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가을 바람 한 줄기를 가슴에 품으며 우리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 신경림의 <갈대>라는 시라도 읊조릴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본 내용은 더리더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더리더 편집부 ahnmi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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