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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태용 기자
  • 기고
  • 입력 2010.07.13 10:58

태백은 장미꽃 대신 찔레꽃이 어떨까!

▲ 김강산 태백문화원장. ⓒ2010 더리더/이태용
【태백 더리더】김강산 태백문화원장 = 지금 태백시 전역의 도로가에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붉은 장미 꽃닢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짙은 향기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12.12 태백시민생존권총궐기 때 아이디어가 나와 그 이듬해부터 도로가에 심어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도로가 있는 곳이라면 시내 어느 곳이든 붉은 장미꽃이 도로가를 장식하고 있다.

  태백시의 상징처럼 된 장미꽃 거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타지의 알만한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태백의 장미꽃을 자랑하며 꼭 구경하러 오라고 하였다.

  얼마 뒤 그들은 태백을 방문하였고 장미꽃 거리를 함께 거닐며 나의 침 튀기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그들은 내가 워낙 진지하게 설명하고 대단한 자랑거리로 여기는 통에 다른 이야기를 할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묵묵히 이야기만 듣다가 돌아가며 꼭 한번 자기네 동네에 놀러오라고 했다.

  이듬핸가, 경기도에 있는 지인의 집에 놀러 갔는데 나처럼 자기네 동네를 구경시켜 주었는데, 그만 기가 질리고 말았다.

  태백의 장미꽃은 꽃이 아니었다.

  물량에서 종류에서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장미꽃을 보고 견문이 좁은 나의 처지가 우물 안의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좀 더 알아보니 전국 어디를 가나 똑 같은 장미 천지이고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한 꽃과 풍경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태백산 철쭉이 대단하다고 자랑했지만 다른 산의 철쭉을 보고는 할 말을 잃은 것과 같은 심정이었다.

  옛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아무리 아름다운 장미꽃이라 해도 열흘 붉지를 못하고 질 때는 추하다고나 할까, 그 옆을 지나노라면 볼썽사나운 시든 꽃이 쓸쓸함을 자아내게 하니 나만의 생각일까? 늦가을 나뭇닢 마저 떨어지고 나면, 가시 돋친 앙상한 나뭇가지는 더욱 황량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이 실은 대단할 것도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서는 절대로 차별화된 관광 자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내년부터 태백시에서 장미축제를 연다고 한다.

  그간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심은 장미꽃들이 빛을 보게 되는 시점이다.

  여기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장미축제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만의 축제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축제의 모방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뿐이다. 

▲ 김강산 태백문화원장. ⓒ2010 더리더/이태용
  그래서 나름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장미꽃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아주 가끔 찔레꽃이 눈에 띈다.

  그것은 장미꽃과 찔레꽃은 같은 과의 식물로 장미를 찔레꽃 줄기에 접목을 하는데 중간에 장미가 죽거나 하여 뿌리 쪽 찔레꽃이 돋아나와 장미를 심었는데 엉뚱하게도 찔레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바로 이 찔레꽃을 심자는 것이다.

  전국 어느 곳을 가 봐도 찔레꽃을 심은 동네는 보지 못했다.

  향기로 따져도 결코 장미꽃에 뒤지지 않고 마지막 낙화 때는 벚꽃처럼 하얀 꽃닢이 바람에 흩날리는 깨끗한 뒷마무리는 지면서도 고상한 품격을 유지한다.

  태백의 흰백(白)자와도 어울리는 하얀 꽃닢과 어릴 때 꺾어 먹던 찔레순은 배고플 때의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한 겨울 가시 돋친 앙상한 가지에 빨간 열매는 겨우 내내 또 다른 꽃인 양 정취를 자아내니 토종 꽃으로 이만한 꽃이 또 있는가?

  찔레꽃은 일 년에 두 번 꽃 피우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에 하얀 꽃이 피어 향기를 뿜어내는가 하면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맺어 겨울 내내 하얀 눈 속에서 빨간 꽃으로 보이니 한 해에 두 번 꽃 피우는 것과 같지 않은가.

  많은 시인들이 찔레꽃을 소재로 시를 쓰고 많은 가수들이 찔레꽃을 노래한다.

  우리 정서에 맞는 우리 꽃, 토종 꽃만이 미래에 우리의 경쟁력이 아닐까?.

  외래종 꽃으로 그것도 우리만 있는 꽃도 아닌데 과연 미래에 경쟁력이 있을까? 지금은 무모한 짓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쟁력이란 남 보다 앞서가야 하고 남보다 앞질러 생각해야만 먼 미래에 빛을 보는 것이다.

  태백은 추운 곳이다,

  그러다보니 장미도 많이 얼어 죽는다.

  그러나 찔레꽃은 추위에 강한 이 땅에 사는 꽃으로 태백산에도 함백산에도 지천으로 피어 있는 토종 꽃이다.

  찔레꽃으로 담은 술은 향기가 일품이고 중풍과 관절에 좋은 술로 이름이 나 있다. 찔레꽃으로 향수를 만든다면 새로운 대체산업이 생길 것이다.

  한꺼번에 장미를 없애고 찔레꽃을 심자는 게 아니다.

  장미꽃 사이사이에 심어서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이고 죽은 장미 그루터기에 찔레꽃을 심어나가자는 것이다.

  꽃 하나를 심어도 남과 다르게 차별화해야만 먼 미래에 우리 후세들에게 살길을 열어 주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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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용 기자 leegij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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