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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더리더 편집부
  • 칼럼
  • 입력 2010.08.07 21:39

개 키우는 사회의 의무?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사진=포브스 코리아 제공).
【서울 더리더】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올 4월 하순 한겨레신문에 실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을 읽었다. 제목은 ‘개의 권리와 사람의 권리’. 많은 사람이 애지중지 키우는 개의 처지와 우리 사회 서민의 처지 중 어느 쪽이 나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비교를 하게 된 이유로 그는 매일 장시간 일하지만 주택, 자식 보육 및 교육, 노후 등에 대한 걱정으로 삶이 고달프기 때문이라고 했다. 칼럼을 좀 더 옮겨 보자. ‘구직을 하려 해도 비정규직이나 인턴 자리만 있다.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구조조정으로 언제 직장에서 밀려날지 모른다. 아파트 마련은 요원하고, 아동 보육의 부담은 개인에게 떠넘겨져 있다. 입시지옥은 여전하니 아이 낳기가 두렵다. 대학 등록금 반값 공약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산업예비군에도 끼지 못하는 상당수 사람은 노숙자가 되었다. 고령화와 가족 해체가 동시에 급속히 진행되지만 효도만 강조되지 노인 복지는 유명무실하다. 몇 년에 한 번씩 대표를 뽑지만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민주주의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칼럼이 그리는 사회는 혹시 이런 모습일까. 구직자는 어렵지 않게 직장을 얻고, 잘릴 염려도 없다. 열심히 일하면 소형 아파트 정도는 장만할 수 있고, 자녀 보육은 정부가 맡아서 해 주고, 노후 생활도 국가가 챙겨준다. 조 교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서민들까지 그런 삶을 누리는 나라가 지구상에 있을까.

  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입시지옥이고 취직은 그리 어려운가. 한마디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좁은 땅에 사람은 너무 많다. 까짓 대학은 입시도 없이 다 공짜로 다니게 하고, 노인들에게 밥은 물론 용돈까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면 재정적자가 쌓여 벌써 나라 간판을 내리고 말았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잘 뽑으면 이런 문제가 사라질까. 역시 무망한 일이다. 물론 그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생활고에 찌든 서민의 삶을 국가가 좀 더 보듬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서민의 삶이 개보다 못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런 글은 서민을 위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개 같은 삶을 선택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사회 구성원이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기본적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는 부담 역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를 키우는 사회는 인간적 삶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 교수는 애완견을 키우는 것을 우리 사회의 부가 커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비용을 사회가 부담하지는 않는다. 각자 자기 돈으로 즐기는 기호활동일 뿐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법을 어기지 않는 한 누구든 취미생활과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 비싼 돈을 들여 개를 키우면서 왜 불우이웃은 돌보지 않느냐는 식이면 곤란하다. 취미활동과 사회복지사업은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그 돈과 시간을 아껴 양로원으로 가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끝)

  심상복 포브스 코리아 대표는 1958년 강릉생으로 이런 언론의 길을 걸어왔다.

  강릉고 졸, 서울대 경영학과 졸, 84년 중앙일보 입사, 이후 주로 경제부 기자로 활동, 2002~2005년 뉴욕특파원, 2006년 국제에디터, 2007년 경제에디터를 거쳐 2009년~포브스 코리아 대표(현)를 역임하고 있다. 

  더리더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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