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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형진 기자
  • 사회
  • 입력 2020.01.06 14:51

지역 편에 섰을 뿐... 공추위 “대정부 투쟁 불씨 지피지 말라”

오투 기부금 찬성 이사들 관련 강원랜드의 손해배상 청구 입장 발표

김태호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 이형진 기자

  (정선.태백 더리더) “지역의 편에 섰을 뿐.. 찬성 이사들 배상 책임 온당치 않아”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위원장 김태호, 이하 공추위)가 6일 ‘지역출신 이사를 상대로 한 강원랜드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다음은 공추위 입장 전문.

  지난해 5월 19일 대법원은, 강원랜드가 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원랜드 기부금 150억 원을 오투리조트에 지원하는데 찬성한 전 사외이사 7명의 배상 책임을 확정하였다. 이에 지난 12월 27일 태백시현안대책위원회와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 등 폐광지역 4개 시,군 사회단체는 이달 1월 10일 개최되는 강원랜드 주주총회에서 전 사외이사들의 책임을 경감해 주도록 요청하는 공동 탄원서를 강원랜드 최대 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과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앞으로 제출한 바 있다.

  2012년 강원랜드 이사회 표결을 둘러싼 상황.

  2012년 7월 김호규 이사는 오투리조트에 150억 원을 기부금 형태로 지원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올렸다. 태백시가 설립한 태백관광개발공사(오투리조트)가 사업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사외이사를 통해서 강원랜드의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 진흥을 목적으로 한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을 근거로 설립된 회사로서, 주주간 합작투자 계약에 따라 정선을 비롯하여 태백 영월 삼척 등 강원랜드에 출자한 폐광지역 시군에서 각각 1명씩 사외이사를 추천받는다.

  태백시는 "만일 이사의 배임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으로 태백시장과 태백시의회의장 명의의 확약서까지 써 주었다. 이사회 당일에는 태백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찾아와 이사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폐광지역 추천 사외이사 7명은 동변상련의 심정으로 '태백시를 대상으로 한 폐광지역협력사업비 기부안'에 찬성했고, 경영진은 지역사회의 따가운 시선 속에 기권표를 던졌다.

  감사원의 문제제기와 강원랜드의 뒤늦은 소송.

  오투리조트 운영 주체인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당시 임금 체불 등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긴급 지원된 150억 원은 체불임금 지급 등에 쓰였지만 안타깝게도 경영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2014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2년 뒤 청산되었다.

  2014년 3월 감사원은 “강원랜드 이사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150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찬성 및 기권한 이사들의 해임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강원랜드는 같은 해 9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적으로 지난 해 5월 대법원은 기권한 이사 2명의 배상책임은 면제하는 대신, 나머지 이사 7명이 30억원을 연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지역 출신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강원랜드의 후안무치.

  지역은 강원랜드가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폐특법 연장을 이끌어내고 타 지역의 내국인 카지노 허용 주장을 막아 왔다. 강원랜드가 이번에 손해 배상을 청구한 7인의 이사들 중 상당수도 지난 2016년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골자로 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저지 투쟁을 주도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만일 강원랜드가 지난 2012년 7월 이사회에서 지역 추천 사외 이사들의 표결로 인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7인의 이사들과 지역 단체들이 한시법인 폐특법을 두 차례나 연장시키고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을 보호함으로써 주주 이익을 배가해 온 공로도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 특별법 시효 연장으로 그동안 강원랜드와 주주들이 얻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150억 기부금 지급 찬성 의결로 입었다는 손실에 비할 바 있겠는가? 어떻게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헌신적 투쟁을 통해 얻은 이익에는 눈을 감고, 지역을 위한 이사들의 행동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염치없이 청구서를 내밀 수 있는가?

  폐광지역 출신 강원랜드 사외이사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엄중한 사태.

  강원랜드의 이익만이 아니라 지역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지역추천 이사들의 찬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운다면, 앞으로 강원랜드 이사회에서 지역 추천 몫의 사외 이사들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이 될 것이며 누가 지역을 대변하여 일하려고 하겠는가?

  이번 사태는 단순히 몇몇 개인들의 안타까운 송사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지역회생의 책임을 진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여 지역을 대변하고 주민의 편에서 일하도록 파견된 지역 이사들의 역할을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역 이사에 대한 강원랜드의 손해배상 소송 사태를, 사외이사들의 견제 행위를 억누르며 거수기 역할로 전락시키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랜드 탄생의 주역인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의 입장.

  강원랜드는 우리 공추위를 중심으로 한 폐광지역 주민들의 목숨을 건 생존권 투쟁으로 쟁취한1995년 폐특법에 근거하여 탄생했다. 그 이후에도 강원랜드는 지역 주민들의 투쟁을 딛고 결정적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극복해 왔다. 강원랜드가 지역사회에 대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면, 폐특법 만료를 앞두고 지역사회가 강원랜드와 공동운명체로서 협력할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지역의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강원랜드의 폐광기금 축소 납부 의혹을 낱낱이 밝혀 지역발전기금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폐특법 만료에 대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일은 지역주민, 지역단체, 지역 대표들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광해관리공단을 비롯한 강원랜드의 주주들이 그 기업의 뿌리와 성장과정을 알고 그 목적을 안다면, 불가피한 상황에서 벌어진 과거의 허물을 용서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과 강원랜드 모두를 위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강원랜드 설립 목적에 근거하여 2012년 기부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당시 이사들은 지금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배상 책임을 덮어쓰고 심한 압박과 고통을 겪고 있다. 태백시장과 시의회가 써준 확약서를 믿고 이웃 폐광지역인 태백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사심 없이 기부안에 찬성한 이사들이, 그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를 짊어져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공추위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강력한 대정부 투쟁과 신속한 대처를 통해 강원랜드는 사실상 어부지리를 얻어 왔다. 우리는 특히 강원랜드의 대주주인 광해관리공단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은 ‘회사의 손실 보전’ 운운하며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새로운 지역갈등을 조장하여 지역 여론을 악화시키고 대정부 투쟁의 불씨를 지피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2년 강원랜드의 오투리조트 지원 결정과 관련하여, 지역의 편에 섰을 뿐 어떠한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것도 없는 당시 이사들에게 배상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당사자들은 이미 이사 재직 당시의 보수를 손해 배상액으로 환원하겠다는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강원랜드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이번 1월 10일에 열리는 주주 총회에서 전향적인 탕감 방안을 내놓고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길을 열지, 아니면 지역을 대표하는 사외이사의 활동에 족쇄를 씌우는 결정으로 지역사회를 욕보일지 우리는 지역주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이형진 기자 lhj@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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