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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형진 기자
  • 의회
  • 입력 2020.09.22 15:10

‘폐특법’ 개정 촉구 건의문 채택.. 정선군의회 “적용시한 삭제를”

배왕섭(가운데) 강원 정선군의회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오전 11시 본회의장에서 폐특법 개정 촉구 건의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 정선군청 제공). 이형진 기자

  (정선 더리더) “폐특법 개정 통해 적용시한 삭제를”

  강원 정선군의회(의장 전흥표)가 22일 오전 11시 제267회 정선군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배왕섭 의원 외 6인이 제안한 이번 건의문은 폐특법 개정의 적용시한 삭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다음은 정선군의회 건의문 전문.

  폐광지역의 자립과 주민 생존권의 담보인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광지역법)의 소멸로 인한 심각한 주민 불안과 지역경제 붕괴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 개정을 통해 적용시한을 삭제할 것을 간곡히 건의합니다.

  「폐광지역법」은 국가 주도의 급격한 에너지 구조조정에 따른 폐광으로 생활기반이 붕괴된 광산촌 주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그 역사적 배경으로 갖고 있습니다.

  석탄합리화 조치로 지역이 붕괴 위기에 처한 1995년, 사북 고한을 중심으로 한 폐광지 주민은 대책을 요구하며, 결사적인 투쟁에 나섰고, 그 결과 정부와 극적인 3.3합의에 따라 제정된 최초의 지역개발 관련 특별법이 바로 「폐광지역법」입니다.

  이처럼 「폐광지역법」이 해결하고자 했던 폐광지역 문제의 역사적 근원은 에너지 수급 구조의 전환에 따라 불가피하게 광부들과 광산촌의 생존 기반을 급속히 붕괴시켜야 했던 국가 정책에 있습니다.

  「폐광지역법」 제정의 취지는 많은 부작용과 폐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영업을 허가하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벼랑 끝에 몰린 폐광지역 생존의 활로를 열어주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특별법의 시한이 5년도 채 남지 않은 오늘 코로나19 사태로 인적이 끊기고 사상 초유의 강원랜드 적자로 법이 보장한 폐광지역개발기금조차 전혀 확보할 수 없게 된 폐광지역은 이제 그 위태로운 동아줄마저 끊어져 버릴 극단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5년도 채 남지 않은 「폐광지역법」의 종료 이후를 미리 본 고한.사북 등 폐광지역의 민심은 폐광 당시처럼 또다시 국가에 의해 버려지고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안은 채 점점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만일 「폐광지역법」이 이대로 종료된다면 강원랜드는 물론 우리 폐광지역은 그 날로 현실의 활력과 미래의 동력을 모두 잃고 급속히 몰락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이며, “사북사태 잊었는가”를 외치며 정부에 저항했던 주민들은 지난 폐광 당시처럼 또 다시 생존을 지키기 위해 분노의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폐광지역법」의 종료를 쉽게 입에 담기 전에, 국가가 위임한 내국인 카지노에 수천의 일자리가 달려 있고, 수십 만 주민의 생존권이 이 특별법과 운명을 같이하게 되어 있는 오늘의 현실을 무겁게 인식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폐광지역만 특혜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폐광 문제의 역사적 근원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며 우리나라 주민운동사에 빛나는 「폐광지역법」제정의 정신을 폄훼하는 것입니다.

  「폐광지역법」으로 지역은 겨우겨우 그 균형추를 회복해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 20여년 간 기반시설 개선, 대체산업 육성, 교육과 복지사업에 폐광기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여전히 폐광지역은 전국 평균 3배에 달하는 청년인구 감소와 2배 수준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고, 낙후성의 상징인 성장촉진지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농공단지 지원 등 대체산업 육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좋지않고 노동인구가 부족한 산간오지의 폐광지역으로 이전해 올 기업을 찾거나 규모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닙니다. 포항의 포스코나 울산의 현대자동차처럼, 폐광지역에 강원랜드가 없었다면 광업에 버금가는 수천 명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이만큼이라도 지탱될 수 있었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더욱이 폐광지역 개발을 위한 규모있는 재정 투입이 중단되고 강원랜드 영업이익에서 징수하는 폐광지역개발기금만 사실상 유일한 지역개발 재원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내국인 카지노는 앞으로도 폐광지역의 일자리와 경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폐광의 전개 과정과 치열했던 주민운동의 역사를 무시하고 내국인 카지노가 벌어들이는 돈에만 엉뚱한 욕심을 내는 일부의 주장처럼, 내국인 카지노가 폐광지역에 있다고 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국가가 피해를 본 일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동안 내국인 카지노 사업자가 벌어들인 수익의 70%는 정부 재정으로 들어갔고 그 수혜자는 전 국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수십 년 전 시커먼 탄가루를 마셔가며 온 국민의 아랫목과 산업의 화로를 덥혀주었던 광산촌 주민의 삶과 오늘날 내국인 카지노의 부작용을 감내하며 오명을 무릅쓰고 여전히 보이지 않게 국가의 재정을 뒷받침하고 있는 폐광지역 주민의 삶을 안타깝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함부로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 정책상의 특별한 이유로 인하여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지역을 재건할 책임은 본질적으로 정부에게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카지노 사업자와 지방정부에게 역할을 맡기고 정작 책임있는 일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던 정부가 규제를 가하거나 10년마다 명줄을 거두기 위해서 저승사자처럼 나타나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한 카지노 사업자가 폐광지역개발기금조차 전혀 납부할 수 없게 된 이런 상황을 정부가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폐광지역 문제에 책임있는 핵심 당사자로 나서서 지역경제 회생과 주민생활 안정을 위해 투여되는 폐광기금을 국가 재정으로 우선 보장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마땅합니다.

  특별한 산업 대안을 만들기 어려운 지역에서 수십 만 주민의 삶이 그나마 내국인 카지노에 의해 지탱이 되고 자립 기반을 구축한 동시에, 수십 년간 국가의 부담을 덜고 전체 재정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폐광지역법」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해야 합니다.

  폐광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나 국가 정책을 위해서나 이 법이 존속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 틀을 굳이 허물어서 폐광지역 전체 주민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고 국가의 일자리 창출 부담과 재정 부담을 키울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균형 발전을 국정 과제로 내건 청와대와 정부 당국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요구됩니다. 특정 예외조항이 아닌 법 전체에 일몰규정을 두는 것은 낡은 입법정신의 산물입니다. 더욱이 특별한 제한 또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법 조항에 대한 일몰규정이 아니라, 지역개발과 주민생활을 규정한 법 전체를 무효로 만드는 일몰규정은 가당치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산탄지역진흥 임시조치법」이 제정되어 3차례 연장 끝에 40년 간 지속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 법은 폐광조치를 포함한 광공업 구조조정이라는 한시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이 30년 이상을 들여 서서히 추진한 폐광을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전격 단행했을 뿐 아니라,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임시조치법이 아닌 ‘지역간 균형개발과 주민의 생활향상’을 목적으로 한 특별법에 엉뚱하게도 시한규정을 집어 넣었습니다.

  폐광지역법 이후 나타난 지역개발법인 「제주특별법」, 「새만금사업법」, 「접경지역법」 등 다른 지역개발 특별법에는 없는 적용시한 규정을 유독 「폐광지역법」에만 두고 매번 시한부 운명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은, 과거에 광부들을 차별했듯이 지금도 우리 폐광지역 주민에 대한 차별적 발상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모적 논란만 되풀이되는 땜질식 임시 조치로는 폐광지역 문제의 근본 해결은 어렵다는 것이 지난 20년 폐광지역 생활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10년 시한으로 못박힌 「폐광지역법」은 늘 시한부 운명에 묶여 급한 불 끄기식의 대처와 막연한 불안 심리의 원천이 되어 왔습니다.

  「폐광지역법」의 시한 규정이야말로 폐광지역의 장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과 주민 생활향상을 단기 과제로 간주하는 낡은 일몰규정을 삭제함으로써, 폐광지역의 자립 발전을 확고히 보장하고 주민의 정주의식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선군의회 의원들은 정부의 양심있는 공직자와 여‧야 정치인들이 폐광지역법의 역사적 맥락과 폐광지역이 처한 현실적 조건, 현행 일몰조항이 미치는 부작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조속히 「폐광지역법」의 개정에 힘을 모아주시고 정부 당국은 관련도 없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 논리를 들고 나와 폐광지역 문제의 역사적 근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며, 소멸 위기에 처한 폐광지역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담보로써 「폐광지역법」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 주민운동을 통해 제정된 이 역사적인 법률을 존속시키는 뜻깊은 일에 힘써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형진 기자 lhj@thelead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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